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들이 11월 28일 '한국교회를 살리는 3가지 회복의 길'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손봉호 교수(고신대·개혁연대 고문)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세미나는 조용기 목사 일가 비리 문제를 지적해 온 '여의도순복음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교바모)'이 주최했다. 교바모가 아닌 교인들도 세미나에 참석, 140여 명의 교인들이 여의도순복음교회 옆 건물에 마련된 강연장을 찾았다.
손봉호 교수와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과의 만남은 특별하다. 손 교수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교회개혁실천연대 등 조용기 목사 일가를 향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한 단체에서 활동한다. 조 목사를 향한 비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손 교수는 교인들이 반갑게 맞이할 인사가 아니다. 지난 2002년 장로회 기도 모임에서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가 조 목사를 비판했을 때는 장로회장이 해임되기까지 했다.
강연을 준비한 장로들은 "우리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교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또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도 점검하고 싶었다"고 세미나의 취지를 밝혔다. 교바모에는 조용기 목사를 교회 재정 유용 혐의로 고소한 장로들이 참여한다.
손봉호 교수는 조심스럽게 강의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좀 특이한 상황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됐다. 여러분의 교회 생활이 즐겁고 행복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교회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런 부분을 판단하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주제넘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이기 때문에 하는 강의가 아니라 어느 교회에서나 했던, 또 할 수 있는 강의를 하겠다"고 했다.
손 교수는 과거 사회의 본보기였던 한국교회가 오히려 걱정의 대상이 된 이유로 △견제받지 않는 권력 △돈을 중요시하는 풍토 △투명성과 공정성 상실 등을 꼽았다. 뒤집어 말하면 권력을 견제·감시하고 절제하며 신실한 삶을 살 때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손 교수는 이 모든 게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다짐에서 끝나지 않고 작은 부분부터 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의는 한 시간 이상 진행됐다. 모든 순서가 끝난 저녁 9시경까지 참석자 대부분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경청했다. 참석자들은 강연을 들으면서 '아멘'으로 화답했고, 끝날 때는 "할렐루야"를 외치며 크게 손뼉 쳤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많은 질문이 나왔으나, 시간상 4명만 질문하고 마쳤다. 교바모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강연을 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