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응규 목사는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JMS로부터 석막교회를 지키기 위해 8년째 고군분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충남 금산군 진산면 석막리에 있는 한 미자립 시골 교회가 지난 9월에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경제적 지원 건은 아니었다.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기독교복음선교회(일명 JMS)로부터 교회를 보호해 달라는 요구였다.

석막리는 JMS 정명석 총재의 고향이다. 그 일대는 십여 년 전부터 성지화 작업이 한창이다. JMS 수련회장인 월명동은 '성지땅', '자연 성전'이라고 불린다. 예장통합은 이곳 근방에 있는 석막교회(박응규 목사)를 특별선교교회로 지정했다. 2006년부터 대전노회의 특별선교교회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박응규 목사의 요청에 따라 올해부터 교단 차원으로 승격됐다.

지난 11월 13일 석막리에서 만난 박응규 목사는 "지금 JMS가 교회를 뺏으려고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이 든 교인들이 모두 떠나고 나면 JMS 측이 이곳을 점거하여 사용해도 어쩔 수 없게 된다"고 걱정했다. 그의 이러한 염려는 8년 동안 석막교회에 시무하면서 더 깊어갔다.

▲ 예장통합 교단은 지난 9월 총회에서 석막교회를 특별선교교회로 지정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박 목사가 석막교회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JMS 교인 한 명이 교회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박 목사는 당연히 거절했지만 위기의식을 느꼈다. 지금도 JMS 교인들은 석막교회 주변 땅을 사들이고 있다. 정 총재가 태어나고 '성지땅' 월명동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 교인들이 석막리 일대를 매입한 것이다. JMS 교단 측이 교인들에게 무분별하게 땅 매입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할 정도다. 하지만 교인 개개인이 땅을 사는 행위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

"교인들 평균 나이가 70세가 넘는다. 80세가 넘는 분도 여럿 된다. 매주 16명 정도 교인이 모인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후에는 지금 교인이 모두 돌아가시고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지 않는 시골이기 때문에 전도도 막막하다. 자연스럽게 이곳은 JMS 천지가 될 거다."

석막교회는 정 총재의 모교회이기도 하다. 정 총재는 어린 시절부터 청년 때까지 석막교회를 다녔다. 게다가 작년까지만 해도 석막교회는 정 총재를 포함하여 3명의 명의로 등기되어 있었다.

박 목사는 교회 명의를 교단 유지 재단으로 등기 이전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명의자 중 한 명은 이미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분의 자녀 9명에게 일일이 동의서를 받아야 했다. 처음에는 부모가 남긴 재산이 있다는 말에 동의를 꺼렸지만, 박 목사는 모두 설득했다.

JMS 측으로는 세 번에 걸쳐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했지만 정 총재가 성 추문으로 해외에 도피하고 있을 때라서 명의 이전 동의서를 받을 수 없었다. 박 목사는 당시 교회에 출석한 교인들의 진술서를 받아 소송을 진행했고, 1년 반 동안의 재판을 거쳐 결국 등기를 교단 유지 재단으로 이전하는 데 성공했다.

▲ 충남 금산군 진산면 석막리는 정명석 총재의 고향이다. 이곳은 10여 년 전부터 성지화 작업이 한창이다. 석막교회 바로 옆에 있는 월명동은 JMS '성지땅'이자 '자연 성전'으로 불린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하지만 여전히 JMS 교인들은 석막교회를 찾아온다. 최근에는 많이 줄었지만 100여 명의 JMS 교인들이 단체로 교회를 찾기도 했다. 박 목사가 출입을 막기라도 하면, JMS 교인들은 "왜 우리 총재가 지은 교회를 못 들어가게 하느냐", "성경에서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고 했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박 목사는 교회를 지켰다.

은퇴를 4년 정도 남긴 박 목사의 마지막 바람은 예배당 신축이다. 산 중턱에 있는 석막교회는 산사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지금도 예배당 지붕에는 쓰러진 나무가 그대로 걸쳐 있다. 게다가 교인들 평균 연령이 높다 보니 경사진 교회 계단을 올라가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남들은 테러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곳에 갔느냐고 걱정한다. 하지만 목사가 병을 앓다가 죽는 것보다 순교해서 죽는 게 영광이다. 내년이면 석막교회가 창립한 지 64주년 되는 해다. 새 예배당을 지어 놓고 후배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주고 싶다. 은퇴 후에는 내가 목사인지 모르는 작은 교회에 가서 자리를 채워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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