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정치와 인간의 정치> / 자끄 엘륄 지음 / 대장간 펴냄 / 256쪽 / 1만 1000원

죄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참 어렵습니다. 한편으로 죄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짧은 단문으로 쉽게 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답은 우리에게 직접 와 닿지 않습니다.

엘륄은 열왕기하의 몇몇 장을 통해서, 간명하지만 면밀하게 이러한 인간의 죄성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파헤쳐 줍니다. 우리 시대와도 매우 동떨어지고 구약의 이야기라는 거리가 있지만, 놀랍게도 그 시대의 정황과 정치적 인물들이 범하는 죄의 유형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엘륄은 왜 인간의 정치와 하나님의 정치는 나뉠 수밖에 없고, 그러한 가운데 하나님의 지혜와 경륜이 인간의 속악한 죄성을 어떻게 어루만지는지 문제지와 해답을 함께 묶어 제시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빈번이 우리의 생각과 판단과 기대에 의존하다가 그것들로부터 아주 처절하게 버림받거나 치욕을 당하기 일쑤입니다. 더불어 믿음의 여정 중에 만나게 되는 의문과 영적인 갈증은 때론 심각한 내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 책에서 전개됩니다.

열왕기하의 짧은 대목들 속에서 실제 하나님께서 심판하시는 우리의 죄는 무엇인지, 또 우리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들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그런 가운데 주님의 계획과 뜻을 살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아보게 합니다. 엘륄이 파헤친 예리한 분석들은 우리의 녹록치 않은 삶 가운데 든든한 믿음과 소망의 사다리를 놓아 주리라 싶습니다. - 옮긴이 김은경

[서평]

기쁘게도 이번에 자끄 엘륄의 명저 <하나님의 정치와 인간의 정치>가 원전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그의 다른 저술의 경우처럼 구약학 전공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의 구약 관련 저서는 훌륭한 '구약 주석'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항상 정확하고 흥미롭고 심오하며 심지어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2003년에 사무엘서와 열왕기 본문에 대한 해설서를 쓸 때, 엘륄의 책 제목을 따라 <하나님의 정치와 인간의 정치>라고 지었을 정도로 이 책과의 인연은 깊다. 저자의 주장처럼, 성경 특히 왕들의 이야기는 신학적인 면과 아울러 정치적인 측면이 있다. 이 말은 정치 영역을 무조건적으로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에 사용된 성경 본문은 정치의 상대성, 즉 '인간의 자율성, 반역, 그리고 하나님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인간의 교만한 시도를 가장 훌륭하게 확증해 주는 영역'을 보여 준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들을 통하여 나타나는 하나님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인간들은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정하고 행동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선택의 자유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주권적으로' 인간을 구원하고자 역사 속에 개입하사 행하신다. 엘륄은 신실한 자들이 인생의 정치적 영역을 어떻게 수행하는가를 보여 주기 위해 열왕기하 16~18장의 본문을 선택한다. 여기에 나오는 중요한 인물들인 나아만과 엘리사(5:1~19), 요람(6:24~7:17), 하사엘(8:7~15, 13:14~25), 예후(9~10장), 아하스(16:1~20), 랍사게(18:17~37), 히스기야(19장)를 다룬다.

이 논의를 통해 엘륄은 하나님이 신앙인들과 비신앙인들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어떻게' 달성하시는가를 잘 보여 준다. 모쪼록 본서를 통하여 나는 열왕기 시대의 중요한 사람들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간결하지만 복잡한 논의를 통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와 국가, 성경과 교회의 정치에 대한 건전한 관점(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Joyce M. Hanks, 'The Politics of God and the Politics of Ellul', Journal of Evangelical Theological Society 35/2 (June 1992): 217~230을 참조하라)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성기문(성경주해와설교연구소 대표)

[저자]

자끄 엘륄(Jacques Ellul 1912~1994) / 1912년 보르도 태생. 1937년 스트라스부르대학교의 연구부장으로 지명되었으나 비시(Vichy) 정부에 의해 해임되었다. 1936~1939년 사이에 프랑스 정계에 투신하여 활동하였고, 1940~1944년에는 레지스탕스운동에 열렬히 가담했으며, 1953년부터는 프랑스 개혁교회의 총회 임원으로 일해 왔다. 법학 박사인 그는 수많은 책을 저술하여 사회학자, 신학자, 철학자로서 널리 알려졌다. 보르도대학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근무하였으며 <신앙과 삶>(Foi et Vie)의 편집주간으로 활동하였다. 사후인 2002년에 얏 바셈(Yad Vashem)재단에 의해 나치 치하의 유대인 가족들을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준 것이 밝혀져 '열방 가운데 의인'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옮긴이]

김은경 / 상명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파리 3대학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으며, 상명대, 전남대에서 문학과 문화예술 강의를 하며 번역과 학문 연구 일을 한다. 역서로는 <배신자>, <희망의 사람들>, <라르슈>(홍성사), <살아 있는 것이 행복이다>(동문선),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대장간) 등이 있고 <마태복음의 문학적 아이러니> 및 여러 편의 학술 논문을 썼다.

[차례]

옮긴이의 글 9
서평 7
추천의 글 11
서론 13
제1장 나아만 29
제2장 요람 51
제3장 하사엘 90
제4장 예후 114
제5장 아하스 147
제6장 랍사게 175
제7장 히스기야 198
결어: 무익함에 대한 고찰 231
요약 243
엘륄의 저서-연대기순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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