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침 뱉기.'

나에게 딱 어울리는 말 같다. 목사가 목사를 비판하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개신교 목사인 성아무개 씨가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 들어가 불교 경전을 찢고 탱화와 벽화를 훼손했다. 심지어 방뇨까지했다.

반복되는 개신교, 불교 적대감…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후 5시께 울산에 사는 성아무개(43) 씨가 차를 대웅전 앞까지 몰고 간 뒤 대웅전 안에 있던 불교경전 8권을 찢었다. 이후 산신각으로 가서 탱화와 벽화에 욕설이 섞인 낙서를 하고 조사전에 들어가서는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며 향로와 청수 그릇에 소변까지 봤다. 이 모습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성씨는 "불교 경전이 헛된 내용으로 돼 있어 훼손했다", "성령이 이끌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참 답답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나 역시 불교 경전이 성경처럼 하나님 말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교 경전은 고등 종교 경전으로서 탁월한 교훈을 지녔다. 헛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령이 이끌었다고 말했는데 성경 어디에 성령이 불교 경전을 훼손하고, 오줌까지 누라고 했는가.

지난번에는 개신교 신자들이 절집에 들어가 '땅 밟기'를 한 적이 있었다. 지난 해 2월 11일 자신이 목사라고 하는 사람 3명이 조계사에 들어가 "하나님 때문에 밥 먹고 사는 거다. 부처가 비를 (내리게 해)주냐. 비가 와야 농사짓고 밥 먹는 거다", "예수를 믿으라"고 했다. 70대 목사가 불교 사찰 경내에 들어가 불교를 모독하고 폄훼한 것이다. 아니 그들은 "예수를 믿지 않는 자는 다 공산당"이라고 했다.

이는 기독교 신학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성경 어디에도 예수 믿지 않으면 공산당이라는 가르침이 없다. 자기들이 목사라고 해 놓고 예수 안 믿으면 공산당이라고 했으니 성경을 모독한 것이다. 이는 선교도 아니고, 전도도 아니다.

▲ 개신교 목사라고 알려진 남성이 동화사에 들어가 불교 경전을 찢고 벽화를 훼손했다. 심지어 조사전에 들어가 청수 그릇에 소변까지 보았다. 사진은 CCTV에 찍힌 남성이 소변을 보고 있는 장면. (사진 제공 동화사)

유행했던 '땅 밟기', 이제는 안 해…

이에 앞서 지난 2010년에는 '찬양인도자학교' 소속이라는 개신교 청년들이 봉은사 대웅전과 사찰 경내에서 기독교식 예배·찬양을 일삼고, 봉은사 등 사찰이 무너지게 해 달라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충격을 주었다.

땅 밟기에 관심이 없어 그런지 몰라도 특정 교회와 기독교 단체가 '땅 밟기'를 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땅 밟기가 기독교 진리라면 시대와 상황이 변해도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유행처럼 번졌다가, 사라졌다. 땅 밟기가 성경 가르침과는 관계없다는 반증이다. 땅 밟기는 이처럼 특정 종교에 대한 증오와 자신들 뜻을 위한 허영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럼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여기서는 기독교 신학보다는 한국교회가 신자들에게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가르치지 않은 결과가 낳은 산물임을 지적하고 싶다. 한국교회 안에는 '신자'만 있지, '시민'은 없다. 기독교 신학 자체가 '배타성'과 '절대성'을 지녔기 때문에 신자로만 살 때 타종교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에게 대해 '적대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교회, '신자'만 가르칠 뿐…'시민'으로 삶 안 가르쳐

하지만 신자는 대한민국 '시민'이다. 시민은 배타성과 절대성으로 살면 안 된다. 만약 그렇게 살아가면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동화사 탱화에 낙서를 하고, 오줌을 눈 것은 기독교 신학에서도 어긋난 행위지만,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자격이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자유를 인정한다. 국가권력이 한 개인의 종교를 탄압하면 안 되지만 시민 역시 다른 이들이 믿는 종교에 대해 정죄하거나, 자신의 종교를 강제적으로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 헌법 정신이다.

시민은 국가 구성원으로서 정치적인 권리를 갖고 있는 주체를 말한다. 봉건국가 시절 권력자로부터 철저히 통치와 지배를 받았던 이들이 권력 주체로 나선 것이다. 이 때 권리는 타협과 양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주권을 탄압하는 권력자에게는 저항하지만 같은 시민들은 생각과 철학이 달라도 증오하고,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세력의 승리를 위해 함께 손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민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했다. 조국이 해방되었지만 분단과 함께 극단적인 이념 전쟁과 독재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초창기는 그 어떤 곳보다 민주주의가 자리 잡았다. 백정이 한 건물 안에서 예배를 드렸고, 남녀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조국 해방 이후 한국교회 역시 한국 사회와 비슷한 길을 갔다, 오히려 독재 권력과 손을 잡았다. 당연히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가르치지 않았다.

한국교회, 깨어 있는 시민 가르쳐야

시민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더불어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조차 망각하기에 이르러 타종교에 대한 극단적인 적대감을 보여 주는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대형 교회 목사들이 '김대중-노무현은 빨갱이', '무상 급식 반대는 하나님 뜻', '장로 대통령을 찍어야 한다', '좌파 정권 집권 막기 위해 기독교 정당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그들 자신이 시민 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쉽다. 바로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야 한다. 목사 자신부터 시민이 누구인가? 시민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것을 신자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솔직히 말해 한국 개신교는 "깨어있는 시민"은커녕, '시민'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민주주의에서는 유아기다. 통탄할 일이다.

김동수 /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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