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울교회 이문식 목사가 분립 개척을 한다. 50대 후반에 들어선 이 목사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건강한 중소형 교회를 이루고자 그가 직접 나섰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경기도 군포 산울교회(이문식 목사)가 네 번째 분립 개척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부목사의 개척을 돕는 방식이 아니라, 담임 이문식 목사가 직접 나서는 길을 택했다. 50대 후반인 이 목사에게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다. 그는 평소 "한 그루 큰 나무가 되기보다는 아름다운 숲을 이루겠다"는 소신을 견지해 왔다.

이번 결정은 이 목사가 자신을 인식하는 태도와 관련이 깊다. 그는 스스로 "나는 조직 관리형 리더십이 아니라 개척자형 리더십에 가깝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랬다. 35세 강도사 시절, 이 목사는 구로희년교회를 개척했다. 복음주의자로서 민중과 함께하는 교회를 시작했다. 이후에는 남북나눔운동 사무처장으로 자리를 옮겨 통일 운동에 매진했으며, 97년에는 산울교회를 개척했다. 이처럼 그는 한 자리에 안주하기보다는 여러 운동에 관여하며 개척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그가 관여한 일은 성과도 꽤 좋았다. 첫 사역지였던 구로희년교회는 '희년선교회'로 이름을 바꾸어 단 후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이주노동자를 위한 민간 건강보험조합을 설립했고, 남북나눔운동은 적십자사 다음으로 가장 많은 대북 지원을 하는 민간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열세 가정으로 시작한 산울교회는 개척 5년 만에 출석 인원 700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했다. 목사·장로 임기제를 시행하고 수평 이동 교인을 받지 않는 등 이 목사의 개혁적인 행보에 지역 청년들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풀뿌리 단체에 공간을 내주는 등 지역 사회 속의 교회로 자리 잡는 데 많은 애를 썼다.

올해로 15년째 산울교회를 담임한 이 목사는 또다시 '관리'보다는 '개척'을 택했다. 그는 이미 세 번에 걸쳐 교회를 분립 개척했다. 부목사를 잘 양육했고 2억 원가량의 개척 자금을 지원하여 내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목사가 아니라 이 목사 본인이 직접 나가기로 했다. 애착이 강할 수밖에 없는 산울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 개척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해 안식년을 보내며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가 가려는 곳은 '광교 신도시'다. 아직은 기반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았고, 교회가 많지 않아 다른 교회에 피해를 덜 줄 거라 판단했다. 무엇보다 그곳에 '삼성 연구센터'가 있다는 점이 이 목사를 자극했다. 그는 자본주의 모순이 생태를 위협하는 현실에서 '개발'을 상징하는 삼성에 맞서 반성과 대안을 모색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싶었다. 그래서 이 목사가 새롭게 교회를 개척하며 염두에 두는 방향도 '에코처치(생태교회)'다.

이 목사는 8월 19일 당회에서 '이문식 목사 분립 개척안'과 '후임 목사 청빙위원회 구성안'을 발의했고, 당회원은 만장일치로 두 안건을 통과시켰다. 교인들은 정든 이 목사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컸지만 그의 새로운 사역에 기꺼이 동의했다. 8월 28일 산울교회에서 새로운 목회 준비로 "가슴이 뛴다"는 이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이문식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분립 개척한다고 들었다.

"경기 남부 지역 4대강 반대 공동대표를 맡은 적이 있다. 교회 대표 자격이 아니라 개인으로 참여했다. 4대강을 두고 여러 논쟁이 있지만, 물의 근원인 지천을 살리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대형 교회와 목회자 몇 명이 바뀐다고 교회가 변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중·소형 교회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 이미 세 번의 분립 개척을 했다.

"1997년에 산울교회를 개척하며 '우리 교회는 한 그루 큰 나무가 되지 말고 아름다운 숲을 이루는 데 힘쓰자'고 했다. 그 정신에 따라 세 교회를 분립했다. 교단도 합동·고신·합신 교단 등 제각각이었다."

-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나.

"일단 교회가 분립 개척을 가결하고, 6개월에서 1년 동안 교회 개척 세미나와 기도회를 열었다. 교회의 비전과 기도 제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거다. 그 기간 개척에 나서는 목사가 한 달에 한 번 설교했고, 개척 전 마지막 달에는 4번 연속 설교하면서 개척 동역자를 구할 시간을 줬다. 대략 15~30가정이 모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평균 2억 원 정도를 지급해 교회당 마련과 목회자 생활비에 쓰도록 했다."

▲ 이문식 목사는 분립 개척을 결정하고 나서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 분립 개척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좋은 부목사를 잘 양육하는 것이 분립 개척의 관건이다. 돈이나 사람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본 교회에서 교인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젊은 목회자를 키워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준비다."

- 이번에 직접 개척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작년에 안식년을 보내며 다음 사역을 준비했다. 이미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에 7년간 사역이 보장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산울교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었고 두 번에 걸쳐 금식하는 가운데 주님이 개척을 원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부목사보다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사역을 해오며 신뢰를 쌓은 부분이 있다. 요즘처럼 교회를 세우기 어려운 시기에 좀 더 유리한 사람이 나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 교인들이 반대하지는 않았나.

"내가 성공과 성취를 위해 더 좋은 조건이 있는 곳으로 갔다면, 그것은 교인과 내가 전해온 메시지에 대한 배반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떠난다고 했을 때 교인들이 배신감을 느낀 건 아닌 거 같다. 다만 교인들이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대안은 내가 없어도 안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좋은 목사를 세우는 거다. 그리고 자주 드나들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게 중요하다."

- 어디에 개척할 계획인가.

"광교로 가려고 한다. 일부러 교회가 많이 들어서지 않은 신도시를 택했다. 그래야 작은 교회에 피해를 안 준다. 그리고 그곳에는 모교인 합신대가 있다. 같은 지역에 교회를 세워 동역하고 싶다."

- 어떤 목회를 꿈꾸고 있나.

"이번 목회 비전은 에코처치(생태교회)다. 자본주의 모순이 전 지구적인 생태 위기로 번지며 비가역적인 상황에 와 있다. 이점에 대해 각성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생태계까지 염두에 둔 '생명 목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광교는 대기업 삼성의 영향이 큰 곳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삼성의 기업 정신이 주목받지만 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자본의 논리, 기술의 논리, 정보의 논리가 자본주의 안에서 권력이 되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경쟁과 소외로 내몰린다. 상징적으로라도 대안을 추구하는 신앙 공동체를 세우고 싶다. 내년 4월 부활절쯤 시작할 계획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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