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국 목사는 지난 10년의 나들목교회 사역을 '교회를 꿈꾸고 교회를 세우다'로 표현했다. 또한 앞으로의 10년을 '이웃과 형제 교회를 섬기다'로 정하고, 복음에 기초한 건강한 교회를 세우려는 목회자들을 돕는 일에 힘쓰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서울 신설동에서 책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왔다. 일반 신자의 나들목교회 탐험서라고 할 수 있는 <벽수 씨의 교회 원정기>(포이에마)에 이어 나들목교회의 성경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안디옥교회 이야기를 담은 <교회를 꿈꾼다>(포이에마), 김형국 목사의 설교집 <청년아 때가 찼다>(죠이선교회)가 그것이다. 조만간 여러 권이 더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나온 책들을 다 읽느라고 시간 많이 들였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교회를 찾아 떠돌아다니고 있으며, 건강한 교회에 대한 담론이 넘치지만, 구체적인 현장은 쉬 눈에 띄지 않는다. 김형국 목사가 안디옥교회를 모델 삼아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품으면서 동시에 '지금 여기에' 필요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 씨름한 10년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에, 이 정도 수고쯤이야.

출간과 동시에 인터뷰해야 제맛인데, 살짝 늦기는 했어도 책을 다 읽고 만나기를 잘했다. 나들목교회를 탐방하러 오는 목사들 중에 사전에 공부하지 않고 오는 이들이 많다고 그들을 나무랐다. 하다못해 잘나가는 치킨집을 탐방할 때도 사전 조사를 하는데, 교회가 치킨집만도 못하냐고 했다. 사전에 독서를 충분히 하고 만나러 온 기자의 성의에 답례하려는지, 다이어트 중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스테이크를 먹였다. 역시 다이어트 중인 김 목사는 풀만 먹었다. 둘 다 커피를 두 잔씩 마시면서 2시간 넘게 대화했다.

인터뷰 내용에도 나오지만, 책에는 안디옥교회를 모델로 2000년 나들목교회를 개척하고 2006년까지 공동체를 세워 나간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06년 이후 업그레이드된 오늘날의 나들목교회에 대한 책들도 차례대로 낼 생각이란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나들목의 지난 10년을 '교회를 꿈꾸고 세우다'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해야 할 일은 '이웃과 형제 교회를 돕는다'고 정했다. 나들목교회의 모든 것을 공개하고 나누겠다는 것이다.

이번 7월 한 달 동안 미국을 방문해 시카고와 워싱턴 DC에서 조심스럽게 시작해 보려고 한다. 7월 9일부터 10일까지 트리니티대학교에서 '우리 시대, 건강한 교회 과연 가능한가?'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연다. 7월 16일 메릴랜드에 있는 지구촌교회(13421 Georgia Ave., Silver Spring MD 20906)에서도 같은 주제로 컨퍼런스를 연다. 책이 나오면 올 가을에 나들목교회 모델을 함께 만들어 가기 원하는 이들을 모집해서 같이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이러한 도시 교회의 모델이 퍼져 나가는 데 <뉴스앤조이>도 한 귀퉁이에서 작은 역할을 하고 싶어서 그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았다.

- <교회를 꿈꾼다>는 책도 그렇지만, 교회 소개, 목사님 설교에서 '변혁, 전복', 이런 표현들이 나옵니다. 기성 교회라면 부담스럽게 여길 만한 급진적인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데, 한편으로는 급진적인 표현에 비해서 실제 내용이 정말 그 정도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내부나 외부의 비판을 들은 적은 없는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토론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변혁이냐는 논의는 교회 초기부터 있었습니다. 변혁이란 무엇인가, 변혁과 변화는 어떻게 다른가, 무엇을 변혁이라고 하는가, 변혁의 힘은 어디서 오느냐, 이렇게 변혁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진작 정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변혁이라는 개념이 지니고 있는 풍부한 함의를 빼고 사회 현상만 관련해서 이야기하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성도들이 변혁적이다, 급진적이다, 이런 표현을 쓸 때는 이런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 성도가 복음을 받아들이고 목회자가 하는 일을 돕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와 함께 교회를 세우는 것, 이것야말로 엄청난 변혁입니다. 함께 교회를 세우는 것은 가정 교회를 통해서 이뤄집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가정 교회에 대해서 조직 관리나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보고 이야기합니다. 그건 성도들이 목회자와 함께 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을 중간 관리자 정도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가정 교회의 목자들은 정말 가정 교회를 교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암에 걸린 환자의 생존율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수술하고 5년 후에도 생존하면 완치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교회의 경우, 만약 주일예배 모임이 없어지더라도 가정 교회가 5년 뒤에 얼마나 살아남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40% 정도 되는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적어도 70%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우리 가정 교회의 70%가 주일예배 모임이 없어진다 해도 자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성도들이 교회를 세워 가는 것입니다.

가정 교회마다 영성도 다르고, 형식도 다릅니다. 어떤 가정 교회는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이고, 다른 가정 교회는 유난히 기도를 열심히 합니다. 어떤 가정 교회는 놀기를 잘 하고. 이처럼 외형적인 모양과 강조점은 다르지만, 복음으로 트랜스포밍되는 것이 변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정 교회의 건강성 척도를 재는 체크 리스트를 최근 개발해서 적용해 보고 있습니다. 건강한 가정 교회를 위한 상황 진단서를 2년 동안 만들었습니다. 그걸 가지고 가정 교회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보완해 줍니다.

▲ 나들목교회는 주일예배 외에 가정 예배를 드리고 있다. 각 가정 교회마다 영성도 다르고 형식도 다르다. 김형국 목사는 "가정 교회마다 외형적인 모양과 강조점은 다르지만, 복음으로 트랜스포밍되는 것이 변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나들목교회 가정 예배 모습. (나들목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 공동체의 건강성을 계량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고 바람직한가요.

계량적으로만은 안 됩니다. 그러나 이 리스트가 목자들이 가지고 있는 모호성을 많이 해결해 줍니다.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을 때 간 수치나 혈압 등을 잽니다. 그 수치가 건강 여부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경우 키와 몸무게로 따지면 과체중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랑 골격이 다르기 때문에 몸무게가 좀 더 나가도 됩니다. 사람마다, 공동체마다 이런 편차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객관적 척도가 있어야 합니다. 수치가 모든 걸 다 말하지 않습니다. 주관적인 면과 객관적인 면이 있습니다. 객관적인 면에 있어서 수치를 가지고 도와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목사님은 일반 회사 경영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다가 이런 척도, 계량화 등의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가 겹치면서, 도대체 교회를 진짜로 공동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인가, 아니면 조직을 체계적으로 잘 관리하는 것인가 의구심을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도시 교회에서 목회하는 목사들이 너무 나이브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도시는 치열한 곳입니다. 바울과 예수님이 전략과 전술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선교 여행을 보면 철저하게 전략 전술적이었습니다. 적당히, 대충 하면서 은혜를 이야기하면 안 되지요. 철저하게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고 예배하고 영성을 갖춰야 하지만, 그것과 별도로 계측 예측 전략 계획은 따로 가는 것이나 상충적인 것이 아니라 보완적인 것입니다.

저희 교회는 지난 10년 동안 일 년에 두 차례 사역 전체를 평가하고 돌아보는 비전 캠프를 갖다가, 이제 교회가 일 년 정도를 내다볼 정도로 안정되자 일 년에 한 차례 이 시간을 갖습니다. 이 캠프는 한 달 정도 지속됩니다. 교회 각 팀이 평가하고 그것이 모여서 전체를 평가하고 다시 방향을 재설정하는 과정을 갖지요. 또 저희는 사역자들을 3년, 6년, 9년마다 평가합니다. 인상 비평을 피하려고 합니다. 자기 평가를 포함해서 다면적 평가를 합니다. 그 결과를 가지고 사역자가 더 개발될 부분과 장기적 헌신의 가능성을 나눕니다. 이러한 모습은 얼핏 보면 계량적으로 보이겠지만 이것이 훨씬 인격적이고 인간적입니다. 많은 교회들이 사역자들을 실컷 부리다가 얼마나 쉽게 버립니까. 저희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목사가 해야 할 아주 중요한 사역은 교회 전체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어떻게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목사의 사역 시간을 심방 다니는 데 모두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성도들이 할 일입니다. 사람들을 만져 주는 것은 성도들이 더 잘합니다. 개업 예배, 돌 예배 갈 수 있지요. 그러나 그것이 목사만 할 수 있다면, 그건 무당과 다를 바 없습니다. 모든 성도가 모든 성도를 축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목사는 성경을 가르치고, 시대를 읽고, 도시에 맞는 것을 개발하고 찾아내는 것을 해야 합니다. 저는 목사이기 때문에, 목양을 더 잘하기 위해서 CEO적 기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목자'가 아니라면 CEO적 기질을 가지고 돈을 버는 것처럼 교인 숫자 늘리는 데 그 기질을 발휘했을 것입니다.

- 교회가 도심에 있으면서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요? 나들목교회의 가정 교회는 잘 발전된 구역이나 소그룹 정도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나들목교회가 변혁적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먼저 가정 교회 목자들과 가족들이 가정 교회 자체를 교회라고 정말 믿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지적했습니다. 이제 복음이 가지고 있는 변혁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하는 점에서 아직도 우리가 갈 길은 멉니다. 그렇지만 다른 면을 보면, 우리 교회 예산이 1년에 14억 정도 됩니다. 1년 예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 교회 내 어려운 성도를 돕기 위한 '지정 헌금'으로 사용됩니다. 경제적 필요가 있는 가족을 위해서 교회에 헌금하면, 교회가 그 가족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 지정 헌금인데,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을 교인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셈입니다. 멤버십을 가진 교인이 500~600명이니까, 한 성도가 한 달에 2만 원 정도 주고받는 거지요.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리 형편에서 적은 것은 아닙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여기서 만족하지도 않습니다. 교회 안에서 나눔의 삶이 이제 시작된 것입니다. 공동체 안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이 도움을 받습니다. 이런 것도 변혁의 삶을 살아가는 작은 사례들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도시에 있습니다. 주거 문제와 교육 문제를 빼고 공동체 이야기를 하는 건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솟는 전세가에 이리 저리 떠밀려 다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여 사세요', '공동체를 하세요' 이건 아닙니다. 진정한 공동체를 세우려면 교회가 주거 문제에 나서야 합니다. 주거 문제와 재개발 사업 등과 관련되어서 얼마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하나님나라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라면 이런 주제를 우리 교회에서는 어떻게 다룰지 고민할 것입니다. 몇 해 전부터 공동 주거 사업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나들목교회가 변혁적인 면에서 더욱 많은 열매가 필요하지만, 우리가 건물을 가지고 있지 않은 면도 변혁적인 교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들목교회는 자산을 가지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도시적인 상황에 역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대광학원에 35억 원을 기증했습니다. 전세금은 한 푼도 없습니다. 재산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무소유 교회입니다. 20년 후면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이 시대에 무엇이 우리를 보호해 줍니까. 돈 아닙니까. 교회마다 부동산을 사들입니다. 우리가 이거 안 하는 것, 체제 전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35억 원 현찰을 가지고 있으면 은행 융자 받아서 건물을 지으면 100억 원짜리를 소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는 것도 변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형국 목사는 나들목교회가 건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점도 변혁적인 교회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나들목교회는 서울 신설동 대광고등학교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며, 교회 건물은 없다. ⓒ뉴스앤조이 유영
-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서는 주거뿐만 아니라 육아, 교육 등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큰 과제입니다. 어떻게 추진하고 있습니까.

주거 문제와 교육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미 몇 가족이 모여 살면서 공동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 이들처럼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 이게 가능한 일이구나' 하고 대안을 발견할 수 있지요. 그것을 근거로 다양한 변종들이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교육 문제에 대해서 학부모들이 모여서 제도권 교육, 대안 학교, 홈스쿨링 등 세 가지 방향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것도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실험입니다. 목사는 이분들의 눈을 열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는 올해 9월부터 주거 문제와 교육 문제를 놓고 설교할 것이고, 학부모들도 이 문제에 대한 공부 결과를 내놓을 것입니다.

공동체적인 삶을 살다 보니 당연히 노후 문제도 생각하게 됩니다. 요즈음 고독사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 일은 이미 예견된 것입니다. 일본 같은 곳에서는 이미 진행 중인 심각한 도시 문제입니다. 함께 공동체적으로 살던 우리가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지요. 현역에서 은퇴하고 나서 각각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양로원이나 실버타운으로 간다는 것은 공동체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2억, 3억 원 기부하고 들어오는 사람, 무료로 들어오는 사람, 더 섬길 수 있는 사람과 섬김을 받아야 하는 사람, 이분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실버 커뮤니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공동체인데, 공동체여야 한다면서 이분들의 노후에 대해서 무책임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 사역에 대해서는 이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노인 사역은 우선 도시 공동체를 성공한 경험과 실력을 가지고 시도할 것입니다. 아마 5년 뒤에나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공동체적 삶을 추구하다 보니까 생각이 이렇게 발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복음에서 온 변혁력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복음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를 짓누르고 강요하는 기존의 가치 질서와 그것을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체제나 구조를 부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대안이 완벽하지 않다 해도 일단은 부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시에 악마적 속성이 있다면, 일단은 그것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도시를 떠나야 한다거나 농촌만이 정답이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진짜 대안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아무튼 도시 안에서 전복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현실입니다. 나들목교회가 도심 속 교회로 자리매김을 했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농촌과 연계하고 순환할 수 있는 길은 고민해 보았는지요.

우리 교회 리더급에 있는 세 가족이 귀농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 공동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생산물을 우리 교회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들이 도농 협력의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도심에서 주거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게 되면 생협이 따라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어린이집, 도서관, 공부방, 방과 후 학교, 노숙자 밥집, 카페 등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해 보지 못한 것이 생협입니다. 앞으로 어떤 지역에 들어가 공동체를 만들 때 이러한 것들 중 지역에 필요한 것이 따라 들어갈 수 있도록 지금 연습하고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입니다.

도시와 농촌이 연결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농촌과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만, 우리가 농촌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독려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볼 때 도시야말로 구원이 필요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타락한 곳이기 때문에 교회가 필요합니다. 저희가 주거지가 아니라 도심을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거지로 가면 체제 안정적인 삶을 원하게 됩니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닙니다. 누구는 주거지로 갈 수 있고, 누구는 농촌으로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도심을 선택했습니다. 가장 깨지고 타락하고 망가진 곳에 있고 싶었습니다. 신설동처럼 서울에서 이렇게 낙후된 곳이 드뭅니다. 쪽방, 벌집 등이 많습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들어왔습니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소비성, 자기중심성, 이기주의, 이것을 극복해야 하는데,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싸워야 합니다. 너무나 센 놈입니다. 20명 정도가 어떤 지역에 들어가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다가 중간에 허물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씨름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은 많습니다.

밥집에서 밥 먹은 '손님' 중에 주민등록번호를 회복하고, 쪽방에 들어가고, 취업한 사람이 네댓 명 생겼습니다. 단순히 밥만 주는 것이 다가 아니라, 그분들과 관계가 형성되고, 그분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습니다. 물론 우리가 돌본 분 중에 자살한 분도 있었습니다. 모두 다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 밥집을 시작할 때 누가 이렇게 회생하는 사람들이 생길 줄 알았습니까. 다 하나님이 하신 것입니다. 복음은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복음의 생명력이 드러날 수 있도록,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만 해 주면 됩니다. 복음이 주는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디옥교회가 그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교회 성도들을 '크리스티아노스'라고 불렀습니다.

▲ 최근 나들목교회는 교회 이야기를 담은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사진 왼쪽부터 나들목교회 10년의 이야기를 담은 <벽수 씨의 교회 원정기>, 나들목교회 성경적 모델인 안디옥교회 이야기를 담은 <교회를 꿈꾼다>, 김형국 목사의 설교집 <청년아 때가 찼다>이다. 이 외에 앞으로도 몇 권의 책을 더 출간할 계획이다. 
- 이분들이 가정 교회의 식구가 되기도 합니까.

아직 가정 교회까지 흡수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분들을 중심으로 한 가정 교회를 만들어 보려는 시도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성도들에게 다문화 가정이나 새터민들을 집으로 초청해서 식사하라고 권합니다. 삶을 나누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정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데 쉽지 않더군요. 중산층 그리스도인들 자신만이 아니라, 그분들도 함께 그 벽을 넘어야 합니다. 안디옥교회는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밀어붙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을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안 됩니다. 천천히 더 성숙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 안디옥교회 모델을 가지고 이 땅에서 실현해 나가려고 할 때 어려움이 작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서울이라는 곳에서 복음에 쉬 순복할 줄 모르는 한국의 기독교인들과 함께 건강한 교회를 만드는 것의 가능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대가 있습니까.

저는 우리 교회 목자들을 존경합니다. 목자들 중에 상당수가 진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목사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무슨 소리인가 뜨악한 표정이었습니다. 좋은 이야기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되겠는가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이제는 자기에게 주어진 양들에게 헌신하는 것의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목자들을 동역자라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5~6년 전에는 힘들었습니다. 하나둘 지쳐 자신들의 한계에 도달했었기 때문입니다. 그 한계를 돌파하기 시작하자, 목자들도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삶을 알아 가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렇기에 포기하면 안 됩니다. 적어도 5년 이상은 씨름해야 합니다.

- 특히 어떤 것이 힘듭니까. 왜 건강한 교회가 잘 안 된다고 보십니까.

전에는 목사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그럼 목사들이 자기 문제를 극복하면 교회가 변하는가? 아닙니다. 성도들이 자기 십자가를 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기는 돈만 내고, 목사만 십자가를 지게 합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성도들 모두가 희생하고 섬길 때만 리더가 될 수 있게 했습니다. 그걸 못 넘어가면 리더가 못 됩니다. 중간에 정체되거나 탈락합니다. 그러니 교회가 수적으로 빨리 커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제일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 하면, 나부터 그렇지만 우리 성도 모두 세속의 병균을 보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살까, 도시에서는 거기에 세뇌되어 있습니다. 자기 집을 개방하고 식구들과 씨름하는 것, 우리 속에 있는 자본주의와 세속주의가 가져다주는 병균들과 싸우는 것이 힘듭니다. 성도들이 자기 십자가를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힘듭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이론과 꿈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고, 그런 리더들이 하나둘 보이고, 그 리더들을 따르는 자들이 보입니다. 목사가 그렇게 살아 봐야 안 됩니다. 목사가 그렇게 살고, 그렇게 이야기하면, "그건 목사님이니까 그렇지요" 합니다. 그러나 목사의 가르침을 듣고 그대로 따라하는 리더들이 있으면, 그들을 따르게 됩니다. 자기랑 똑같은 처지인데 그렇게 살거든요. 나도 그렇고 리더들도 그렇고, 언젠가 십자가를 내려놓고 현실과 타협하면 그때부터 공동체는 조직으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결벽증처럼 경계하는 점입니다.

- 공동체의 깊이와 넓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만 강력하게 하나로 묶여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나라의 복음과 나들목교회의 부르심입니다. 성도들에게 우리 교회 신학의 키워드를 물으면 하나님나라의 복음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들목교회의 부르심 그 네 가지 범위(찾는 이 중심, 진실한 공동체, 균형 있는 성장, 안팎의 변혁) 내에서 다양성을 포괄합니다. 특정 그룹이나 개인이 거기서 빠져나갈 위험성은 언제든지 있습니다. 우리끼리 따로 할래요,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정 교회가 있고, 가정 교회가 모여 있는 마을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알아서 토론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동체의 하나됨 속에 포용되지 못하는 다양성이라면, 결국 나들목의 부르심과 함께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함께할 수 없으면 조직이 갖는 권력이나 인위적인 방법으로 하나 됨을 통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심을 힘써 지키라'는 말씀이 무엇인지 배우고 싶은 것이지요.

긍정적인 차원에서 공동체가 떨어져 나가는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와 연고가 없는 어느 한 교회를 2년 반 동안 인큐베이팅을 해서 내보냈습니다. 1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와는 조금 다른 방식인데, 내년 5월에 또 한 교회가 나갑니다. 돈과 사람을 떼어 주어서 교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들목교회 안에서 이미 교회를 만들어서 내보내는 것입니다. 60~70명 그룹이 나갈 예정인데, 현재 50명 정도가 모여 있습니다. 우리는 다섯 가지 교회 개척 유형을 연구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유형을 만들어서 교회들을 내보내려고 합니다.

- 일련의 책들을 계속 출간하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구상과 계획을 하고 있습니까.

<교회를 꿈꾼다>는 성경 속의 안디옥교회를 모델로 우리가 이렇게 시작했다는 것을 기록한 것입니다. 나들목교회에 대해서는 다시 써야 합니다. 앞으로 네댓 권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찾는 이 중심, 진실한 공동체, 균형 있는 성장, 안팎의 변혁 등 네 가지 주제를 가지고 책을 하나씩 쓰고, 그 안에 우리가 그가 실험하고 개발하여 유효성이 검증된 실제적인 자료를 채워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열심히 했습니다. 6년까지는 처음 그렸던 청사진대로 되었습니다. 안디옥교회를 모델로 해서 교회에 대해서 연구하고 그걸 모아서 청사진을 보이고 그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7년이 지나면서 제가 그렸던 그림이 끝까지 갔습니다. 그 이후로는 제가 몰랐던 것, 우리 내부의 한계와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7년차가 되는 2007년에는 새로운 사역을 벌이지 않고 교회를 평가했습니다. 2008년부터 대안을 찾고, 교회를 리엔지니어링했습니다. 1.1버전에서 2.1버전으로 올라간 것입니다. 뼈대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는 시도를 덧입혔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다시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그동안 매년 100여 명씩 늘다가 모든 걸 뒤집는 진통기였던 2008년~2009년에는 30~40명밖에 전체 숫자가 늘지 않았습니다. 2010년부터 다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만 보완하면 1500명까지는 갈 수 있겠다고 판단합니다. 현재 상태로도 1200명에서 1300명 정도 되어도 별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합니다.

리더들과 나들목 10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교회 꿈꾸고 교회를 세우다'입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해야 할 일을 정했습니다. 그것은 '이웃과 형제 교회를 섬기다'입니다. 교회의 수적 성장이 아니라 하나님나라 복음에 기초한 건강한 교회를 세우려는 목회자들을 돕고 싶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도와주고 싶습니다. 우리의 도시 상황보다 훨씬 더 어려웠던 불모지에서 안디옥교회가 가능했던 것처럼 우리도 가능합니다. 나들목교회가 10년 동안 씨름한 것을 잘 정리하고 범용화해서 다른 분들을 도울 것입니다. 그동안 부산‧대전‧서울에서 목회하는 후배 목사 몇 명을 매달 만나 멘토링을 했습니다.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이번에 시카고와 워싱턴에 있는 이민 교회를 가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가을에는 우리가 했던 자료를 가지고 실험해 보기를 원하는 목회자들을 선발해서 3~4개월 동안 범용화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생각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녹음기를 끄려는데, 이야기가 더 나왔다.

인간적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만, 만약 주위에서 저의 개인적인 배경이나 환경, 저만의 기질과 특징 같은 것을 보고 "그러니까 나들목이 이렇게 됐다"고 이야기하면 그건 저에게 치욕스럽습니다. 바울은 헬라적 맥락에서 복음을 상황화해서 공동체를 세웠습니다. 그는 도시에서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면 됩니다. 치열하게 한 것을 가지고 박수를 쳐 주면 영광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박사 학위를 가졌느니, 카리스마가 넘치고 설교를 잘하느니, 개인 배경이 어떠니 하면, 저에게는 너무 부끄러운 일입니다. 나는 되는데 다른 사람이 하니까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오면 저는 실패한 것입니다. 이것이 김형국 개인의 것이 아니고, 하나님나라의 복음에 입각한 교회의 원형이라면 다른 사람이 해도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범용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인터뷰의 취지는 결국 10년 나들목교회의 모든 것을 한국교회와 공유하고 싶다는 김형국 목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더 이상 건강한 교회를 찾아 헤매지 말고, 불가능하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성경이 보여 준 그 교회를 모델 삼아, 함께 마음과 힘을 모아서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나들목교회가 가을에 개최하는 컨퍼런스에는 <뉴스앤조이>도 참여해서 참가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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