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교수의 승진 탈락이 발단이 되어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는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총장이 총학생회를 해산하고 수백 명의 학생을 직권 휴학하겠다고 밝히자 교수협의회가 이를 반대하고 내건 플랜카드. (사진제공 ACTS 비상대책위원회)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 대다수 학생들이 고세진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올해 1학기말 시험과 2학기 등록을 거부하는 등 학사 일정 중지를 선언했다. 학교 측은 "수차례의 경고에도 학사 일정을 방해하는 등 불법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총학생회와 원우회에 해산을 명령했다. 추가 등록이 끝난 9월 10일 미등록 학생 798명(학생의 50%)을 휴학 처리하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학교 측이 3차, 4차 추가 등록 기간을 통보해 구제에 나섰지만 휴학 처리될 학생이 적지 않다. 학교가 정한 휴학 횟수를 넘긴 일부 학생은 휴학과 동시에 자동 제적된다. 전임교수 22명 가운데 20명이 교수협의회를 조직해 학생들을 지지하며 1학기 성적 입력을 보류하다가 9월말에야 성적을 입력했고, 9월 25일부터 일단 강의에 들어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 인사 문제 때문이었다. 올해 5월 10일 이사회(이사장 김삼환)는 조교수 두 명(안경승·이한영)을 '승진 없이 1년 재임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승진 심사 결과 두 교수의 논문이 '학교의 신학적 입장과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다'며 '논문을 쓰는 조건으로 승진 임용'을 이사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동안 관례적으로 행해오던 조건부 승진에 이사회가 제동을 건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조건부 승진' 관례를 깬 이사회

이사회는 회의가 끝난 뒤 바로 이 사실을 대학원장에게 알렸고, 사흘 뒤 대학원장이 구두로 두 사람에게 이사회의 결정을 통보했다. 이후 교원인사위원회는 이사회의 결정이 적법하지 않다는 내용의 공문을 총장에게 전달했다. 승진 탈락시킨 뒤 재임용할 경우 그 계약 기간은 이전의 조교수 임용 기간인 4년으로 정해야 함에도 이사회가 1년을 계약 기간으로 결정한 것이 교육법은 물론 학교의 규정에도 위반된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교육법과 학교 규정을 검토한 고 총장은 직원에게 이사회 회의록에서 '1년'을 '4년'으로 고칠 것을 지시했다. 고 총장은 이사장 등에게 이 사실을 미리 알려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직원은 고 총장과 김 이사장을 비롯해 이사들의 서명을 받았다. 이 직원은 고 총장의 지시를 받아 이사회 감사 김 아무개 장로를 찾아갔다. 이미 '1년 재임용'을 결의한 이사회 회의록에 서명한 김 장로는 변개한 이사회 회의록에 다시 서명할 것을 요청받았다. 그는 "처음엔 거절했지만 총장의 설명을 듣고 서명했다"고 지인들에게 털어놓았다. 이사회는 4년으로 재임용 기간을 수정한 이사회 회의록을 교육부에 제출했고, 이후 101회 이사회에서 재의결했다.

교수들, "문서 변조 해명하라"

교수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교수들은 "이사회가 '학교의 신학적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조건부 승진을 제안한 신학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오히려 승진 탈락시키는 결정을 취함으로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교수협의회는 이사회가 조건부 승진을 거절한 데 대해 "고 총장의 숨겨진 의도가 작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공개질의서에서 '1년 재임용'한다는 말은 사실상 재계약 해지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ACTS에서는 승진을 위해서 1년 전에 승진 신청을 해야 하는데, 두 교수에게 승진 신청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셈이라는 것이다. 학교 측은 "1년에서 4년으로 수정한 것은 본인들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바로 잡은 것 아니냐"며 교수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교수들은 "교수를 위해 1년을 4년으로 바꾸어준 것이 아니라 학교 측의 불법적인 결정이 문제될 것이 뻔하기에 고친 것일 뿐"이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승진하지 못한 두 교수는 지난 7월 3일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승진 거부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청 심사'를 요청했다(교육부는 '승진은 임면권자의 재량 행위에 속하는 것'이라며 8월 21일 소청을 각하했다).

이러한 사실이 학교 내에서 회자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교수들이 협의회를 구성해 고 총장에게 문서를 변조한 이유를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교수들은 문서가 변조된 경위를 설명하라며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에 그동안 쌓인 의혹도 덧붙였다.

교수들, 고 총장 고액 연봉 의혹 제기

교수들은 고 총장이 과도한 임금을 받는다는 소문의 진상도 밝히라고 요청했다. 총장의 임금이 구설에 오른 것은 올해 초 고 총장이 취임하면서 학교가 긴축 재정을 천명한 것과 맞물려있다. 고 총장은 올해 1학기 초 신앙수련회 새벽 예배 설교에서 학교가 어렵다며 통학 버스비와 식비를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일부 학생들이 "아멘"한 것을 근거로 학교 측은 버스비를 1900원에서 3600원, 식비를 18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했다. 어려운 학교를 위해 교수들이 학교에 통학버스 구입을 위한 비용(1억여 원)을 헌증하겠다고 서약하고, 직원들도 5000만 원을 헌금하겠다고 결단했다.

교수들은 이밖에도 고 총장의 독단적인 행동은 계속되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외국인 학생에게 학비를 받은 일을 꼽았다. 개교 이래 Acts는 아시아의 선교를 위한다는 건학 이념에 따라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을 무상으로 교육했다. 그러나 고 총장은 올해 2학기에는 1000달러, 내년부터는 1500달러를 받으라고 국제교학지원팀장에게 지시했다. 당시 대학원장은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한다. 교수들은 "고 총장은 취임 초부터 외국인 학생을 200명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한 학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발언이 무색할 만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다들 학교가 어렵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1년차인 고 총장은 전임 총장이 8년차에 받았던 연봉보다 1000만 원이 많은 1억 200만 원을 받는다는 소문이 퍼졌다. 고 총장의 연봉이 각종 수당을 합해 1억 5000만 원에 육박한다는 말도 나왔다. 여기에 버스비와 식비 인상할 당시 학생처장이 가난한 학생들의 고충을 총장에게 전달했지만 묵살됐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불신만 키운 '대화의 자리'

▲ 총장과 교수, 학생 간의 대화가 소득 없이 끝나자 학생들은 촛불기도회를 열며 총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사진제공 ACTS 비상대책위원회)
고 총장은 6월 2일 총학생회에서 요청한 대화의 자리에서 이사회의 결의가 바뀐 것에 대해 행정적인 실수였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서류를 고쳤기에 문서 변조라고 볼 수 없는데 교수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연봉에 대해서는 고 총장은 "개인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액수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 푼도 모금해오지 못하는 정교수보다 모금해 오는 내가 조금 더 받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따졌다. 이후 고 총장은 "전임 총장보다 적게 받는다"고 말했으며, "외부 특강에서 받은 수입 등을 학교에 기증하는 등 연봉과 관련해 깨끗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교수들은 고 총장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이사회 회의록과 총장 급여명세표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학생들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업 거부와 1학기말고사 거부를 선언했다. 학생들은 "두 교수의 승진을 결의해 줄 것과 교수의 신학 사상 검증 작업을 객관적으로 치를 것"을 요청하며 대각성 기도회를 열었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입장을 지지하며 1학기 성적을 입력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고 총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교수들의 성명에 동참한 대학원장, 교무처장, 학생처장, 기획실장 등을 보직 해임했다. '학내 사태를 수습하지 않고 성명에 동참하는 등 오히려 학사 일정을 방해했다'는 이유였다. 고 총장에 맞서 도서관장과 각 학과장 등 다른 보직교수들은 일관 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7월 19일, 교육부가 학교를 감사하는 것을 계기로 고 총장은 교수들을 만나 사태의 해결을 시도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양측은 기존 입장을 좁히지 못했을 뿐 아니라 불신만 더 깊게 키웠다. 이 자리에서 고 총장은 7월에 교육부가 감사한 것은 교수협의회가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교육부의 감사는 전국 30여 개 대학을 무작위로 뽑아 감사한 것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민원도 제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교수들은 고 총장이 말 바꾸기를 반복하는 등 신뢰하기 어렵다고 평가했고, 고 총장은 교수들이 학교 행정을 정상화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보았다. 양측의 대화가 실패한 소식을 들은 학생들은 다음날까지 고 총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퇴진운동을 벌이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동문, 이사들 나섰지만…

▲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도 학생들이다. (사진제공 ACTS 비상대책위원회)
최근에는 ACTS 신대원 동문회 회장 박근섭 목사를 비롯한 신대원 동문들이 고 총장 퇴진을 요구했고, 학부 동문들도 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고 총장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2학기에 들어 겉으로는 학내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가 싶었다. 9월 초 일부 이사들이 고 총장에게 용퇴를 권고하고, 교수들에게도 수업에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교수들은 이사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9월 말 뒤늦게 1학기말 고사를 치르고 성적을 입력하는 등 일단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속으로는 사태가 더 악화되고 있다. 김삼환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들은 이사회가 고 총장을 퇴진시킬 만한 사유가 없고 일방적으로 퇴진을 결의하는 것도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특히 지난 7월에 열린 제101회 이사회가 학교 문제 수습을 위한 전권을 고 총장과 김 이사장에게 위임한 바 있어, 총장과 이사장이 학내 문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고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2학기 등록을 거부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업이 정상화됐다고 하지만 학생들의 저항까지 수그러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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