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 은현교회와 자매결연을 한 빈데르솜 학교 전경. ⓒ뉴스앤조이 이승균
세계 최대의 대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의 고향 빈데르솜, 칭기즈칸이 황제로 즉위한 지 800년이 지난 현재 이곳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인구 3500명의 한적한 시골 부락을 형성하고 있다.

몽골 수도 울란바트르에서 동쪽으로 400km 떨어진 작은 마을 빈데르솜이 한반도 남쪽 여수 은현교회(목사 김정명) 교인들의 방문과 함께 대제국의 발상지에서 복음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십자가의 마을로 거듭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

▲ 빈데르솜 주민들과 은현교회 교인들이 체육대회를 마친 후 흥겹게 웃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승균
8월 13일부터 18일까지 김정명 목사와 은현교회 교인 60여 명이 빈데르솜에 머무는 동안 이곳은 연일 잔치 분위기였다. 학교 체육관에서 함께 모여 운동을 즐기거나 자기 집에 초청을 하는 등 마치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가족이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몽고반점과 외모가 비슷하다는 점 외에는 우리와 어떤 공통점도 없는 이들이 어째서 이렇게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까. 김정명 목사는 "조건 없는 사랑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김정명 목사가 지난해 8월 빈데르솜을 처음으로 방문한 것은 선교적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목사는 평소 가깝게 지냈던 '아침편지'의 고도원 씨로부터 몽골 초원에서 말을 타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휴가차 이곳을 찾았다.

김 목사는 칭기즈칸의 고향인 이곳 사람들이 예수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빈데르솜이 곧 땅 끝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칭기즈칸이 무력으로 세계를 정복했다면 이제 빈데르솜이 복음으로 거듭나, 몽골 전역은 물론 세계 곳곳을 복음으로 정복하는 새로운 땅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거대한 김 목사의 선교적 비전의 시작은 조건 없는 사랑의 실천이었다. 빈데르솜에 유일한 학교에 꼭 필요한 교육 시설을 지원하고,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일로 시선을 돌렸다.

은현교회 교인들도 김 목사의 비전에 공감하고, 낯선 이국 땅의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열심을 아끼지 않았다. 신혼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한 결혼 25년차 부부가 여행 목적으로 모은 돈을 선뜻 내놓을 정도로 몽골 빈데르솜을 향한 사랑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은현교회는 빈데르솜 학교와 자매결연을 하고 돈이 없어서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던 학생 5명의 등록금과 극빈자 자녀 30명의 학비 등을 지원했다. 또 880명 학생 전원에게 연필과 공책 등의 학용품을 전달했다.

▲ 김정명 목사와 빈데르솜 알탕게르 군수(오른쪽)와 빈데르솜 학교 보야 교장 ⓒ뉴스앤조이 이승균
학교에 대한 지원은 3500여 명의 마을 주민 전체와 군수에게까지 감동을 주었다. 이 감동은 군수와 교장, 교사, 마을 지도자 등 6명이 은현교회 초청으로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이들은 은현교회 예배에 참여하고 서울과 부산·경주 등 여러 곳을 방문했다. 그들은 10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따뜻한 사랑을 가슴 속에 듬뿍 담아갔다.

군수 등의 방문 후 은현교회의 빈데르솜을 향한 사랑은 학교 차원을 넘어 마을 주민들에게까지 확대되어갔다. 극빈자 1가정 당 가축 25마리 씩 4가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한 것. 이 프로그램이 오는 9월 가동될 경우 지속적인 가난 극복을 향해 교회와 마을 전체가 동참하는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되는 것이다.

한편 은현교회와 빈데르솜의 우정은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진한 결실을 맺기도 했다. 한국에 와 있던 빈데르솜 출신 몽골인 노동자 4명이 지난 6월 6일 현충일 은현교회를 방문한 것. 어뜨홈바이(하남 쇼핑백 제조업체 근무), 우르덴(광주 장항산업공단), 알탕호이가(안산 공단), 오데르초도(김포시) 등이 마치 고향 빈데르솜을 방문하는 기분으로 은현교회를 불쑥 찾았다.

은현교회 교인들은 몽골인 노동자들을 가족처럼 환대했고, 몽골 노동자들도 낯선 이국땅에서 잠시나마 가족의 품에 안기는 듯한 기쁨을 맛보았다. 이들 4명 중 어뜨홈바이는 지난 8월 은현교회 교인들과 함께 빈데르솜을 방문하는 행운(?)을 얻었다.

빈데르솜 출신 몽골인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24명. 빈데르솜에서 이들의 거취는 중요한 마을의 관심사다. 이들 중 일부가 은현교회에서 환대를 받은 것은 마을 주민 모두에게 매우 귀한 기쁜 소식, 즉 복음이나 다름없었다.

▲ 한국에 가족을 떠나 보낸 빈데르솜 주민들이 은현교회의 도움으로 영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모였다. ⓒ뉴스앤조이 이승균
이 일은 은현교회 교인들이 빈데르솜 주민들에게 가족이나 형제와 다름없는 환영을 받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은현교회는 4명의 몽골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영상 편지를 학교 강당에서 주민들에게 상영했고, 이를 본 가족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은현교회는 빈데르솜과 몽골 외국인 노동자를 이어주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한 셈이다.   

▲ 한 어린이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 아버지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하다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승균
또 은현교회는 아버지와 아들 남편을 한국으로 떠나보낸 빈데르솜 가족들의 영상 메시지를 담아 직접 당사자들에게 전달해 줄 계획이다. 비디오카메라에 영상 메시지를 담을 때는 모두 눈시울을 붉게 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을 목격한 은현교회 한 교인은 "우리나라 사람이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보내고 중동에 건설 노동자를 파견할 때 상황과 똑같지 않느냐"고 말하고 "몽골 외국인 노동자를 섬기는 것이 곧 몽골 전체를 섬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은현교회의 빈데르솜을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은 전라남도 크기의 빈데르솜 전역에 사실상 보이지 않는 십자가를 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빈데르솜 학교 보야 교장 선생은 "교회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지만 은현교회가 우리를 향해 베푸는 사랑을 보면서 교회가 사람을 위한 곳이구나 하고 느끼게 됐다"고 밝힌다.

또 보야 교장은 "만약 빈데르솜에 교회가 세워지면 출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덧붙였다. 알탕게르 군수 역시 보야 교장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교회가 사람을 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교회를 세울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고 말한다. 은현교회는 우선 유치원을 건립해 어린이들을 바르게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그리고 주말에 유치원 시설을 이용해 예배를 드릴 생각이다.  

은현교회 교인들과 동행한 방인성 목사(성터교회)는 빈데르솜의 변화를 지켜보며 깊은 감동을 얻었다. 그는 빈데르솜과 100km 정도 떨어진 마을과 자매결연을 하고 문화센터나 유치원 건립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제 빈데르솜 주민들은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오신 것이 바로 사람 즉 우리를 위해서 오셨다는 기독교의 진리를 벌써부터 어렴풋하게 깨달아가고 있다. 김정명 목사는 한반도 남쪽 여수 은현교회의 아낌없는 사랑 속에 마을 전체가 서서히 복음으로 물들어 가는 빈데르솜이 칭기즈칸이 이룩한 대제국보다 더 큰 하나님나라를 세우는 몽골 복음화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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