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동방송 사장인 김장환 목사가 2004년 12월 19일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할 당시의 모습. 이 행사에서 전두환 씨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 씨가 기독교 행사에 얼굴을 내비친다.

전 씨는 보수 기독교계 방송인 극동방송의 창사 50주년 행사 ‘홈커밍데이’에 참석한다. 오는 5월 20일 오후 5시 롯데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이날 행사에서 전 씨는 ‘축사’를 담당할 예정이다. 전 씨 외에도 사장인 김장환 목사의 친구 격인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이 참석, 격려사를 하게 된다.

불교 신자로 알려진 전 씨가 기독교계 행사가 참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 씨와 극동방송 사장인 김장환 목사와의 각별한 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목사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으로 이어지는 군부 및 문민정권의 권력자와 막역한 친분을 과시하고 있는 주인공. 실제 그의 자서전 출간 행사가 있었던 2000년 8월에는 ‘골목 강아지’, ‘주막 강아지’라며 서로를 비방하며 대립했던 전두환 김영삼 씨와 노태우 씨를 한꺼번에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 중 전 씨와 김 목사의 인연은 각별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호실 차장보를 맡았던 때부터 비롯되는데, 이후 전 씨가 대통령을 능가하는 실세로 군림하던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시절에 이르러서는 수원 김 목사 자택에서 개인 회동을 가질 정도로 친분을 키웠다. 대통령에 취임하고 민주정의당을 창당하고 나서도 전 씨는 김 목사에게 수원 지역 국회의원 출마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던 전 씨가 청와대를 떠나, 5공 청산 열기 속에 백담사로 쫓겨 가 ‘권력 무상’에 젖었을 시점. 김 목사는 목사 신분으로 불교 사찰인 백담사를 방문해 전 씨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 뿐 아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죄과로 교도소에 수감될 시절에도 시간을 내 면회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배려에 감읍한 전 씨는 특유의 ‘의리’로 여태껏 김 목사와의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김 목사의 자서전 출간회는 물론, 수원중앙침례교회의 담임목사 은퇴식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축하했다. 전 씨와 김 목사 간에  친목이 두터워지면 두터워질수록 소문도 무성해져, 2002년부터는 ‘전 씨가 김 목사의 권유로 기독교에 귀의했다’는 풍문이 교계 인사들 사이에 확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씨 측 관계자는 “(각하께서) 다른 종교로 개종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목사 개인을 위한 자리가 아닌 극동방송 행사에 왜 전 씨가 참석할까. 일단 전 씨에게 극동방송은 빚을 진 것이 있다. 강원도 강릉권 일대에서 방송을 내보내는 영동극동방송 개국에 있어 전 씨의 ‘역할’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방송허가추천 기관인 문화관광부는 1999년 강원도 속초 등 영동 지역에 극동방송 FM지역국을 추천했고, 극동방송은 이듬 해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야산에 송신소를 세웠으나 주변 일대 VHF 전파가 유기되는 바람에 방송이 중단됐다. 방송사는 고심 끝에 새 송신소 후보지로 강릉시 강동면에 있는 괘방산 정상의 강릉MBC 송신소로 이전하는 대안책을 모색 했다. 그러나 난관은 계속됐다. 이 산의 소유주가 사찰이었다. 당시 사찰의 주지는 “부처님 정수리에서 찬송가가 나갈 수 없다”며 극동방송의 입주 허락 요청을 단호히 일축했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 이 때 전 씨가 발 벗고 나섰다. 그는 평소 불교계와의 끈끈한 인맥을 활용, 사찰 주지를 설득했다. 결국 문제는 손쉽게 풀렸고, 극동방송의 송신소 입주는 순조롭게 성사될 수 있었다. 그 덕에 비슷한 시기 개국을 준비하던 CBS영동방송도 ‘어부지리’로 입주하는 혜택을 입었다.

한편 전 씨는 극동방송의 행사 참석 제의에 흔쾌히 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 씨의 이번 행사 참여는,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로부터 이틀이 지난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거리를 양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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