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협은 이날 성락교회를 시작으로 이단 사이비 공청회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성중경 목사는 다음 공청회 대상이 누군지에 대한 질문에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김기동 목사님이 이단으로 규정된 것은 교리나 신학의 문제가 아니다. 원세호 목사나 최삼경 목사의 감정과 기독교한국침례회 교단 지도부의 교권적 보복에 의한 것이다."

한국기독교총협의회(한기협·대표회장 성중경 목사)가 주최한 '제1차 이단사이비 포럼 및 공청회'에 나온 한상식 목사(베뢰아국제대학원대학교 구약학)는 자신들이 이단으로 규정된 것은 신학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또 자신들의 신학에 문제가 있으면, 한국 교회와 논의를 통해 얼마든지 수정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학적 견해 다른 것 뿐"

▲ 한상식 목사는 지난 20년 동안 이단으로 규정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제는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이날 공청회에는 2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 한기협 관계자들과 성락교회 교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공청회는 한기협 이단대책위원회가 김기동씨의 이단성(귀신론, 양태론, 성령론 등)에 대해 질문하고, 한상식 목사와 윤준호 목사(베뢰아국제대학원대학교 구약학)가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기동씨가 이단으로 규정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귀신론에 대해 한 목사는 "귀신론 내지 마귀론은 베뢰아 신학의 전부가 아닌 일부분일 뿐이며, (귀신론은)하나님과 관련된 신앙의 영역이 아닌 피조물과 관련된 지식의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단으로 규정하는 근거가 신론과 기독론에 있어서 문제가 된다면 그런 판단은 존중하지만 그 외의 부수적이고 주변적인 것을 전부인 양 확대·왜곡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김기동씨가 주장하는 '귀신이 불신자의 사후 존재'설에 대해 대다수 교단 신학자들이 연구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여기지만, 오히려 성경은 김씨의 견해를 지지하는 구절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막 1:23, 5:2, 딛 1:15)고 했다.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해서도 이들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김기동 목사는 기독교 기본교리의 삼위일체론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씨의 경우 삼위일체를 설명할 때 성부를 본질, 성자를 본체, 성령을 본영이라고 표현한다며, 그가 말하는 본영의 '본'은 소위 양태론의 양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근원적이고 신적이며 동등한 하나님이시라는 내용을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했다.

이들은 김씨의 책 중 '양태론적 표현'이 실제로 포함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비유나 예화의 형태로 끼어든 주변적 차원의 언어이지, 신앙이나 신학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변했다.

이들은 특히 계시에 대한 해명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베뢰아를 비판하는) 비판자들이 "현재 성경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다 알지 못합니다"라는 표현을 악의적으로 부각시켰다고 했다. 성경 기록 자체가 하나님이 아니기 때문에 성경의 기록이 결코 하나님이나 예수와 동일시 될 수 없음을 지적하고자 했던 것 일뿐이라는 것이다. 한 목사는 "성락교회는 직통계시가 전혀 없다"며 이해를 구했다.

"한국교회 연합 위해 일하게 해달라"

▲ 윤준호 목사는 김기동씨가 이단으로 규정된 것은 당시 기독교한국침례회 교단 지도부의 감정과 원세호 목사 등 일부 이단 감별사가 만들어 낸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성락교회 쪽은 김씨가 속해 있던 기독교한국침례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것이 다른 교단들의 이단 정죄를 촉발했다고 했다. 김기동씨를 처음 이단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원세호 목사가 자기 자신의 교리적 잣대로 일방적으로 이단으로 정죄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김씨의 '귀신은 불신자의 사후존재'나 인간 창조(창 1:27~28) 이후 인류의 첫 조상으로 아담이 출현했다는 주장은, 하나의 학설 또는 이론으로 봐야지 이를 근거로 이단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당시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교단 지도부의 보복설을 제기했다. 1985년 김씨가 교단 부총회장으로 출마했을 당시 금권선거에 대항한 것이 이단 정죄의 시작이라는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침의 이단 시비는 구원 여부를 좌우하는 교리나 신앙 문제로 제기된 것이 아닌, 한 연구자의 주관적인 정죄와 소속 교단의 교권주의에 결과물이라고 했다. 특히 이들은 원세호 목사가 현재 베뢰아 마귀론 시비와 연관된 문제로 교단으로부터 제명을 받았고, 한국 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됐다고 밝혔다.

한상식 목사와 윤쥰호 목사는 이 밖에도 △인간론 △창조론 △성령론 등 아홉 가지 항목에 걸쳐 조목조목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한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교회 교단 관계자들께서 성락교회가 교회 연합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발 좀 줬으면 좋겠다. 베뢰아 신학대학이 생긴 지 8년이 됐다. 그런데 다른 신학교 교수들이 오는 걸 꺼려한다. 극동방송이나 기독교방송, 기독교TV에서 설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목사님들 사이에서는 유명하지만, 교인들은 잘 모른다. 세월이 많이 갔고, 은퇴가 몇 년 안 남았다. 이런 자리 마련해줘서 감사하고, 신학자 분들이 토론 잘 하셔서 이단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면, 연합기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 한기협이 주최한 공청회에는 2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했다. 한기협 관계자와 성락교회 교인들이 많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이 날 이단사이비 공청회를 개최한 한국기독교총협의회(한기협·대표회장 성중경 목사) 교회 일치와 신뢰 회복을 목표로 2004년 11월9일 창립했다. 이들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최성규 목사)에서 소외당하는 중소교단을 대상으로 영입 작업을 벌여 50여 개 교단(2004년 11월 창립 당시)이 가입했다.

이들은 이날 공청회의 목적을 "한 두 명의 개인이나 또는 일체의 상대방 변증 없이 일방적으로 무분별하게 이단으로 규정하는 풍토를 개선하고 싶었다"며 "이를 계기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이단 규정의 발판을 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성락교회가 제1차 공청회 대상으로 결정된 것은 <국민일보> 광고를 통해 접수를 받은 다섯 곳 중 가나다순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성중경 목사(한기협 대표회장)는 공청회가 끝난 뒤 성락교회의 한기협 가입 가능성에 대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또 앞으로 어떤 교회나 단체가 공청회에 참가하냐는 질문에는 "나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 몇 차례 (공청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르겠다. 이단대책위원회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김진철 목사(한기협 상임회장)는 공청회에 앞서 벌어진 주제발표에서 "오늘 공청회는 어느 특정인을 변호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다"며 "이단 규정은 특정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신학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성경해석의 다양성을 상호 인정하듯이 서로의 신학적 또는 성격 해석상 다소의 차이를 문제 삼아 이단으로 정죄하는 풍토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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